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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 2026-06-22

한병철, 『서사의 위기』를 읽으며

서사가 없는 삶은 사건이 부족한 삶이 아니라, 사건을 묶어내는 느린 작업이 부족한 삶일 수 있습니다.

한병철의 『서사의 위기』에서 제가 가져가고 싶은 것은 단순히 “이야기가 좋다”는 nostalgia는 아닙니다. 오히려 업데이트만 남은 삶에 대한 경고에 가깝습니다. 사건은 많고, 기록도 많고, 게시물도 많은데, 그것들을 붙잡아줄 만큼 느린 서사는 없는 상태 말입니다.

이 말이 연구하는 삶에도 꽤 닿아 있다고 느꼈습니다. 연구도 자칫하면 업데이트 기계가 됩니다. 논문, 마감, 프로토타입, 산출물. 필드노트를 만들고 싶은 이유도 조금은 여기에 있습니다. 조각이 얼마나 쌓였는지가 아니라, 그 조각들을 어떤 실로 묶을 수 있는지를 묻고 싶기 때문입니다.

서사는 삶이 끝난 뒤 붙는 장식이 아닙니다. 어떤 일이 나에게 일어났는지 오래 붙들 수 있게 해주는 형식입니다.

서사는 삶 이후의 장식이 아니라, 경험 곁에 머무는 방식입니다.

Tags: Byung-Chul Han, narrative, attention